彫刻 환절기의 구원템 2018/11/03 00:50 by 華奢

얼마전엔 난데없이 눈병이 나서 병원에 갔더니 단순히 환절기로 인한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평생 살면서 가을이 찾아와도 이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요 하고 의사 선생님에게 되물으니 의사 선생님 왈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왜 하필 한쪽 눈만 그런가요 라고 물어도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그런데 살다보니 생긴 일이 눈병 하나만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몇주전부터 피부가 건조해지는 게 느껴지면서 근질근질 따끔따끔 거리기 시작하던 것. 가장 심한 부위는 눈두덩이 위 눈꺼풀. (내 눈 왜이리 고생해?) 무슨 빨간 섀도우를 바른 양 붉게 일어나면서 아토피를 앓는 아이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이러다가 말겠거니 했는데 증상은 점점 심해지고, 피부과를 가자니 과거 피부과의 무분별한 스테로이드 처방의 피해자였던 한 사람으로서 어차피 가면 받아올 게 스테로이드제일 걸 뻔히 알기 때문에 도저히 내키지가 않았다.

일단은 보습을 충분히 해주자 생각해서 성분이 순하고 보습력이 좋다는 크림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멀쩡히 잘 쓰던 화장대 위 화장품들은 이제 더이상 따끔거려서 쓸 수가 없었다. 맨처음엔 더마*리에서 나왔다는 매우 꾸덕해보이는 보습 크림을 사려고 했는데, 이것도 결국엔 다 협찬으로 광고가 들어간 것 같아서 마음을 바꿨다. 주로 글로우*에서 후보를 물색하고, 실제 제품 판매처의 후기를 읽어보며 그나마 효과가 있을 법한 애들을 골랐다.  

몇가지 사둔 다음에 얼마간 세수를 하고 나면 각각 단품만 바른 후 추이를 지켜봤다. 제발 이번엔 돈지랄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운이 좋게도 약발이 든 제품들이 있었다! 이하 두 제품이 바로 그것들.








바이오더마 시카비오 포마드

후기가 갈려서 반신반의 했는데 다행히 나는 잘 맞는 쪽이었다. 성분 중에 미네랄오일이 있던데 나는 아마 미네랄오일이 문제가 되는 피부는 아닌가벼.

이 크림은 흡사 지우개똥 같은 색깔을 하고 있다. 이걸 얼굴에 발라도 되는 건가 싶은 색이다. 텍스쳐도 무슨 공업용 재료--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를 연상시킨다. "발리는" 제형이 아니기 때문에 발림성이 어떻다고도 말을 못하겠다. 그냥 덜어서 손으로 톡톡 두드리며 흡수....라기 보다는 도포시켜야 한다. 수분기는 없는 것 같고 바르고 나면 두꺼운 유분망이 쌓이는 느낌. 이걸 발랐다가는 얼굴에 피지 폭발하고 안그래도 민감해진 피부 더 뒤집어지는 거 아니야 하는 의심이 들었는데, 정말 정말 신기하게도, 바르자마자 피부가 편안해졌다. (알바 아닙니다)

붉은기가 바로 가라앉지는 않았다. 다만 따끔거리거나 건조감이 들거나 하는 증상이 싹 사라졌다. 신기해하면서 며칠 이것만 발랐다. 화장도 안했다. 며칠 연속으로 쓰고나니 피부가 빨갛게 일어났던 것이 좀 개선되었고 무엇보다 세수할 때 따끔거리지 않았다! 더더욱 신기한 것은, 피부가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이또한 생전 처음으로--이마 중앙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여드름 세트가 올라오기 시작했었는데 (짤 수도 없고, 억지로 짠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 트러블들이 싹 들어간 것이다. 기름을 쳐발라서 더 난리가 날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깨끗이 들어갔어요??? 어쨌거나 신기했다.

시카비오를 바르면서 어느정도 피부가 진정이 된 이후부터는 계속 발라도 그리 드라마틱한 변화는 느끼기 힘들었다. 손상이 많이 되었을 때만 효과가 있는 건지, 그 이후로는 특별히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엄청난 유분감이 있는 제품인데다가 바르고 나서 휴지 같은 걸 대보면 "노랗게" 묻어나오고, 유분기 덕분에 주변 잔머리는 제대로 떡이지고 만다. 그래서 밖에 나가야 할 때도 계속 이 크림만 쓰는 건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다음 타자가 아래의 제품.







이니스프리 오트 마일드 모이스쳐 인텐시브 로션

이건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여느 때처럼 이니스프리에 갔다가 날씨도 추워지고 했으니 좀 리치한 로션을 사볼까, 근데 지금은 세일기간이 아니니까 기왕이면 슈퍼푸드 라인으로 골라야지, 하고서 산 제품이다. 이걸 요즘같은 얼굴에 바를 생각을 한 건 제조성분을 찾아보니 매우 괜찮았기 때문이다. 얼굴이 일어나고 나서 바를 수 없게 된 화장품들은 공통적으로 향료가 들어가 있었는데 이 로션은 무엇보다 향료가 없었고 대부분 낮은 위험도의 성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두근두근 거리며(??) 발라봤는데 정말로 따끔거리지 않았다. 편안했다. 다만 생각보다 전혀 '인텐시브" 하지 않아서 적어도 두세번은 덧발라준다. 요새는 아이크림 바를 생각도 못해서 눈가와 팔자주름에는 그냥 이걸 수시로 덧바른다.

예상 외로 얻어 걸린 행운에, 지금은 이 로션을 주로 바르고 있다. 더이상 눈두덩이가 빨갛지 않고 얼굴 피부가 따갑거나 간지럽지도 않다. 흑흑 다행이야 정말.





오늘 밤은 오트 로션을 바른 위에다가 시카비오를 국소적으로 덧발라보았다. 결과는 내일 아침 알 수 있겠지. 피부재생 기원... 환절기가 이렇게 무서운 거였나....

덧글

  • 초코홀릭 2018/11/03 09:18 # 답글

    흑흑 시카비오 포마드 사놓고 식겁한 1인입니다 ㅋㅋ 수분없이 유분덩어리 ㅋ 완전 끈적 텁텁 ㅋ 발리지도 않고 그냥 피부에 얹어놓기... 피부과 레이저시술 후에 써야겠네요
  • 華奢 2018/11/04 19:39 #

    이건 정말 특수한 상황 ㅋㅋㅋㅋ 을 고려해서 만든 크림인 것 같아요.. @_@ 전 아직 계속 바르고 있는데 진짜 화장하기 전에 바르면 파데를 아무리 발라도 기름 때문에 티가 안나는.. ㅋㅋㅋㅋ큐ㅠ
댓글 입력 영역